
문화인류학과 달리기라는 스포츠 과학이 흥미롭게 교차한 책이 나왔다.
더군다나 소설체로 저자가 몸소 겪어간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과연 서점에 스포츠 전문도서에 둬야할까 아니면 인문학 코너가 나을까. 그러나 비소설 분야에 둬도 적절하다.
우리에겐 목덜미 인대가 없다. 그것은 네 발로 엎드려 뛰는 동물이 머리를 위로 고정시키기 위해서 필요했다. 그게 없어도 직립한 우린 재빠르게 뛸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아주 제대로 뛰기위해 엉덩이가 크게 발달해갔다. 서서 달리려면 그만큼 위에서 넉넉히 잡아주는게 필요해졌다.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발에 아킬레스건을 장착하게 되었는가.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 calcaneal tendon)은 발뒤꿈치에 있는 힘줄이다. ‘치명적인 약점’은 정반대로 걸을 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힘겹게 걸을 뿐인 현대인에겐 말그대로 ‘치명적인 약점’이 되간다.
침팬지도 아킬레스건은 없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도 아킬레스건은 없었다. 아킬레스건의 흔적은 2백만 년 후 호모 에렉투스에서부터 나타났다. 인류는 어기적거리는 걷기에서 사슴을 쫒는 달리기로 자신의 성장시켜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것은 인간에 관한 매우 놀라운 발견이다.
3백만년 전 직립보행(直立步行)을 갓 시작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오스트랄로 앞 글자 어원은 오토그레이드orthograde로 직립이라는 뜻)는 이후로도 무려 2백만년이나 걸려(세상에나 !) 직립주행(直立走行)을 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인간으로 진화했다. 너무나도 길고 험한 여정(旅情)이었으리라.
네 발을 써가며 나무를 타던 원숭이와는 전혀 다른 종은 자신이 남겨놓은 두 발로도 더 빨리 더 멀리 자신을 이동시켜야했다. 하루 종일 쫒고 한편으로는 쫒기다 보니 뛸 수밖에. 살기 위해 뛴다. 어쩌다보니 상황이 뒤바뀌어 뛰기 위해 살게 된다. 자주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말이다.
두 발이 네 발로 달리는 짐승만큼 능력이 뒤쳐지지 않아야 사냥에 성공한다. 비결은 오래 달리기. 지구 상 가장 빠른 이족주행 동물 타조와 맞서는 방법이 인간에게 있다. 바로 지구력이다. 지구력(持久力)은 가지고(持) 오래(久) 있는 힘(力)인데 인간은 이렇게 오래 달리기에 쏟는 지구력으로 동물의 세계에서도 두 발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었다.
걸음마를 다 배우기 전부터 아이들은 무조건 내달리며 어디서든 뛰어 다닌다. 그러지 말라는 경고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그러나 위대한 직립주행을 이룩한 후손들은 요즘엔 어째 어른이 되고 나서는 달리지 않는다. 달리기를 생활에서 끊어 버린 건가. 하루에 아니 일주일에 제대로 뛰어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뛰지 않는 인간은 마치 날지 못하는 닭 신세와 같다. 왜 진화를 거스르는가.
인간에게 심장과 폐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집중해 강화훈련을 하는 일은 너무나 필요하고 중요하다. 심장과 폐. 이 환상적인 엔진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지 않고 상태 그대로 오래도록 그냥 사용하고 있다니. 숨쉬기는 그냥 숨쉬기이지 숨쉬기 운동이 아니다.
잡지 ‘맨즈 헬스’와 ‘에스콰이어’의 칼럼니스트로 세미 익스트림 스포츠를 직접 경험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저자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달리기에는 유독 약했다. 몇 킬로미터 달리지 않아 발바닥, 아킬레스건, 햄스트링 등이 문제를 일으키는 자신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파고들었다.
달리는 인간 타라우마라 족을 본 것이다. 타라우마라 족의 진짜 이름은 라라무리. 달리는 사람들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평온하며 달릴 때의 좋은 느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인류역사 상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강인한 종족이다. 그들은 항상 하루종일(!) 달렸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나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며 심지어 늙지도 않는다. 오십 대도 십 대보다 빨리 뛸 수 있다. 여든 살 노인이 산중턱에서 마라톤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저자는 결국 달리기는 휴머니즘이라고 선언한다. 인류를 위대하게 만들고 스스로 홀로 서게했다고. 진화생물학, 진화인류학, 생리학, 스포츠 의학 분야의 수많은 연구자들과 과학자들이 그 연구 결과를 가지고 등장한다. 이러한 과학적 증거들을 엮어가며 ‘달리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잘 달리도록 진화해온’ 인간이라는 이론을 풀어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것은 모두 달리는 능력 덕분이라는 데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결국 달리기에서 휴머니즘을 발견했다.
달리기는 인간의 심장과 폐를 비로소 ‘제대로’ 써서 온몸에 피와 숨을 아주 확실하게 흐르게 하는 행위다. 작은 뼈마디와 관절, 힘줄 하나하나가 ‘제대로’ 긴장하고 ‘제대로’ 이완되는 매우 근본적인 행위다. 정신을 일깨우고 뇌를 맑게하는데 달리기만한 게 없는 게 아니라 오직 달리기를 통해서만 ‘제대로’ 할 수 있다. 왜 사는지, 삶의 희망이 없을 때 달려보면 금새 알게된다. 누가 우리는 자동차나 말이 아니라고 말하는가.
우리들은 모두 타고난 러너, 환상적인 주행자(走行者)다. 그 어떤 오래된 몸도 이미 오래 달릴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뭐하러 힘들고 숨차게 뛰냐고? 비명을 지를만큼 최고로 즐거운 놀이기 때문이라고. 지금으로부터 3백만년 전의 직립보행이라는 대혁명에서 그 후로 겨우 2백만년만에 달성한 직립주행이라는 초특급 대혁명의 비명 말이다.
도서출판 다빈치의 자매사인 여름언덕에서 나왔다. 민영진 역.
끝으로 유지성(오지레이서, KTRA 회장)씨가 ‘본 투 런’을 읽고 쓴 글을 아래 소개한다.
“달리기는 휴머니즘이다. 선사 이래 생존과 사냥의 도구였던 달리기는 이제 함께 즐기며 인간다움을 느끼는 행복한 놀이가 되었다. 경쟁과 속도 대신 내 몸을 살피고 주변을 챙기며 함께 달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순수하고 벅찬 기쁨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본 투 런’은 인간은 누구나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통해 인생의 근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준다.”
도서출판 다빈치 / 여름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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